그랬습니다.
소리가 커졌습니다.
안들리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오후 예약하셨던 분이 연기를 하셔서 운좋게 하체 방음과 엔진룸 방음,
그리고 표면 코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안들리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섯시간의 시공을 마치고 운행 하면서 '흠.. 대체로 조용해졌구나..'가 첫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운행을 할 경우 건조되었을 때의 30%정도의 효과밖에 없으니 너무 기대하지말라는 사장님의 말씀때문에 별스런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리가 전체적으로 낮게 저음으로 깔리는 그런 느낌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 10분 자유로로 나갔을까.. 어디선가 '쉬-'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까지 나지 않던 소리였습니다.
일단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소심해서인지 조금 불안했습니다.
작은 소리지만 이상했습니다. 안나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금방 찾아냈습니다. 새차를 사고 새차냄새를 없애보려고 거금 11만원을 들여 산 음이온발생기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2주일여를 운전하면서 단 한번도 안들리던 소리었습니다.
안심하고, '음, 돈들여 방음한 효과가 있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분좋게 다시 5분여를 더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디선가 달그락거리는 금속성이 들렸습니다. 뒷쪽이었습니다.
다시 차를 세우고 뒷좌석쪽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시트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양복 상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운전석 도어를 열다가 혹시하는 마음에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공구함이 있었습니다.
복스알 두놈이 공구함 속에서 알그락달그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새차를 받은 날 바로 18인치로 인치업하면서 받아 아무렇게나 넣어둔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지난 2주일동안 한번도 못듣던 소리였습니다. 다시 슬며시 미소가 나도 모르게 흘렀습니다.
음악을 하면서도, 바퀴 마찰소리, 엔진소리 좀 낮춰주고 소음들 좀 줄여달라면서도 그럼 차에 방음처리를 하자는 말에는 철없이 쓸데없는 곳에 돈을 들인다며 까탈스런 잔소리를 했던 집사람에게 모처럼 '거봐~!'하고 말할 꺼리가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참 소심합니다.
그렇습니다. 소리가 커졌습니다.
안들리던 소리들이 다들 내가 여기 있다고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일단 엔진소리를 잡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시속 60Km까지는 보통 '위잉~'하는 엔진소음이 이어졌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리들이 낮게 저음으로 들렸습니다. 완전히 없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 소리가 30%정도라면 건조되어 다 굳고나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위 바퀴와 아스팔트의 마찰로 들리는 바퀴마찰소리는 아직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신경은 덜 쓰일만큼 낮아진 것 같습니다. 날카롭게 '짜르르-' 나던 뾰족한 소리가, '자르르-'하는 저음으로 들리고, 아스팔트의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그마저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차타면서 쥐 죽은 듯 조용하길 바라지는 않으니 그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더구나 지인 소개로 지**에서 35만원이나 주고 시공한 후, 계속나는 소리에 신경 거슬리다가 중복시공할 수 밖에 없다는 사장님 말씀에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망설였던 부분이라... 그 정도면 흡족합니다.
마침, 편한 마음으로 여의도에 도착할 무렵에 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치고는 천둥번개를 치며 많이 내렸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방음방청한지 한시간도 안된 터라 혹시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여하튼 젖은 길을 달리면서는 대체로 소리가 더 떨어졌습니다. 노면이 젖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참 아름다웠습니다. 차에서 내서 들어가려다가 바라본 차, 전등 불빛을 받아 본네트에서 반짝이고 있는 몇개의 동그란 물방울들... 참 영롱했습니다.
30년도 넘어 지난 중학교 시절 물리시간에 배운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아, 맞다.. 저게 표면장력이지...' 코팅의 효과였습니다. 물방울 몇 개가 작은 흑진주알들 같이 금방이라도 떼구르르 구를 것처럼 본네트 위에 동글동글 맺혀 있었습니다.
지붕을 보니 물기가 묻었던 자국들만 있고 깨끗했습니다. 검정색의 아름다움 같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검게 빛났습니다(?). 비가 내렸어도 본네트나 지붕이 매끄러워서 모두 쓸려나가고, 조금 과장하자면 물기들이 안묻은 것 같았습니다.
오늘 운수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차에 치장이라면 치장이고, 소리에 민감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필수라면 필수인 방음과 코팅이 한번의 실수 다음에 성공했고, 적중했습니다.
기분이 좋은 밤입니다. 그 기분 좋음과 고마움에 새벽 2시 너머에 일어나 앉아 또닥또닥거리면서 후기를 올리게 합니다.
새삼스럽게 오후 내내 다섯 시간 동안이나 까다로운 나 때문에 고생하셨다는 말씀과, 하찮은 질문에도 망설이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어떤 시시한 질문에도 마스크를 일일히 벗어가며 대답해주던 사장님의 친절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시지요? 제차... 그 검정 오피러스... 고맙습니다, 젊은 사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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